개체 수가 많기로는 땅 위에 수없이 나는 풀을 빼놓을 수 없죠. 한자에서 풀을 나타내는 글자들을 알아볼게요.
1. 屮 (싹 날 철) 艸 (풀 초)
屮(싹 날 철)은 식물의 싹(떡잎)이 나온 모습을 본뜬 글자예요. 풀을 나타낼 때는 무리 지어 나는 풀의 특징답게 屮(싹 날 철)을 두 번 중복해서 艸(풀 초)로 써요.
재밌게도 屮(싹 날 철)이 셋 모여 풀이 무성히 자라는 芔 → 卉(풀 훼), 넷이 모여 풀이 무성히 자라 풀숲을 이룬 茻 → 𦬠(우거질 망)을 보면 屮(싹 날 철)이 하나씩 더할 때마다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 오죠.
卉(풀 훼), 茻(우거질 망)은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지만 卉(풀 훼)는 화초(花/꽃 화草)처럼 관상용 식물을 뜻하는 화훼(花卉)라는 단어에서 茻(우거질 망)은 풀숲(𦬠)에서 사냥개(犬/개 견→大)가 사냥감을 쫓는 모습이 들어간(𦬠 + 大)莽(우거질 망) 글자로 더 많이 쓰이는 걸 볼 수 있어요.
屮(싹 날 철)과 艸(풀 초)는 부수로 지정되어 식물과 관련된 글자들을 나타낼 때 쓰이는데 특히 艸(풀 초)는 위 이미지처럼 4획이나 3획으로 간략히 쓰고 ‘초두머리’라 불러요. ‘초두머리’는 이름처럼 글자 머리 부분에 위치 해요.
※ 초두머리 부수가 4획, 3획으로 쓰여지는 것처럼 쓰는 순서도 정형화(定型化)되지는 않았어요. 주로 4획으로 쓸 때는 붓의 움직임(회전)을 줄이기 위해 | ─ ─ | 순으로 쓰여졌고 3획의 초두머리에서는 가로획을 먼저 쓰고 있어요.
艸(풀 초)는 주로 艹 부수 형태로 쓰여지고 단독으로 풀을 나타낼 때는 草(풀 초) 글자로 나타내요.
※ 屮(싹 날 철)은 왼손을 뜻하는 ‘왼손 좌’라고 불리기도 해요. 본래 설문해자에서는 540자 부수 중 하나일 정도로 왼손을 나타내는 글자가 따로 있어서 소전체에서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해서체부터는 싹이 나는 글자와 왼손을 나타내는 글자가 같이 하게 되어 글자만 보고 구별하기는 어려워요. 卑(낮을 비)와 左(왼 좌) 등에서 '왼손 좌'의 글자 변형을 볼 수 있어요.
2. 草 (풀 초)
艹(초두머리 초)와 早(일찍 조)로 구성된 草(풀 초)를 보면 아침 햇살이 수풀을 비추는 모습처럼 보이죠.
①재밌게도 설문해자에서는 草(풀 초)를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(櫟實)라 하고 좁게는 도토리 열매들 중 상수리나무 열매(象斗子)라 설명했어요.
②본래 早(일찍 조)는 해(日)와 갑옷(甲)으로 구성되어 이른 아침 단단한 땅을 뚫고 해가 나온 모습처럼 표현된 글자예요.
③草(풀 초)는 艹(초두머리 초)가 뜻으로 早(일찍 조)가 음으로 구성된 형성자 이지만 투구를 닮은 꼭지 부분과 단단한 껍질을 가진 도토리가 왠지 갑옷 입은 느낌과 비슷하죠.^^ (甲/갑옷 갑은 나중에 공부할게요.)
④草(풀 초)는 점차 '빨리 자라는(早) 풀(艹)'의 의미까지 담아 모든 풀을 대표하는 글자(草)가 되었어요.
⑤잡초만 무성한 거친 땅에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草(풀 초)는 '풀, 잡초' 뜻 말고도 '거칠다’ , ‘시작하다' 뜻도 있어요.
풀, 잡초 → 거칠다 → 시작하다
* 草(풀 초) 쓰임
草(풀 초)가 '풀'의 뜻으로는 산, 물, 풀, 나무를 일컬어 자연을 이르는 뜻인 산천초목(山川/내 천草木), 약으로 쓰는 풀인 약초(藥/약 약草), 가축에게 먹이는 풀인 목초(牧/칠 목草), 짚이나 갈대 등으로 지붕을 얹은 집인 초가(草家/집 가) 등 여러 식물을 나타내거나 식물과 관련된 단어에 쓰이고
‘거칠다’, ‘시작하다 ’ 뜻으로는 거칠게 계획을 잡은 초안(草案/책상 안), 능숙하진 않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는 시기인 초창기(草創/비롯할 창期/기약할 기) 등에도 草(풀 초)가 쓰여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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